Sacred Icons and the Counterpoint of Desire- On Lee Hyo-Seok's Hwabun(花粉) -

이효석의 소설 『화분(花紛)』(人文社, 1939)은 작가 자신이 섭렵했던 동시대적인 취향의 흔적과, 그 자신이 읽어냈던 텍스트들 속 전고(典故)들이 견고하게 박혀 빛나고 있는 텍스트다. 본고에서는 이효석 소설 『화분』의 상징적 세계를 이루며 울리고 있는 서구의 예술적 기호들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br/> 우선, 이 작품에는 밀턴의 『실낙원』과 서구 신화인 ‘비너스와 아도니스’가 공존한다. 푸른집 속에서 미란과 단주는 때로는 실낙원적 세계에 지배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로마적 세계에 지배되기도 한다. 현마는 미란과 단주의 사이에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신화적 도상을 투영했지만, 결국은 그 자신이야말로 아도니스에 의해 사냥당하는 멧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간과했던 셈이다. 이는, 이효석이 갖고 있던 서구 고전에 대한 교양의 감각을 그대로 노정해준다.<br/> 아울러, 이 『화분』을 지배하는 또 다른 전고들은 두 개의 교향악, 즉 쇼팽의 ‘환상즉흥곡’과 베토벤의 ‘전원교향악’이다. 후자인 교향악 ‘전원’은 앙드레 지드의 동명의 소설을 경유해있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에서 ‘전원교향악’은 눈 먼 제르트뤼드에게 세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계기였지만, 이효석의 소설에서 ‘전원교향악’은 미란과 단주를 감정적으로 격동시키는 계기였다. 오히려 미란에게 세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음악은 쇼팽의 ‘환상즉흥곡’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화분』 속에는 서구 고전와 예술에 대한 이효석의 식견이 점점히 박혀 있고, 결국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 전고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뒤틀린다. 이들은 단지 이효석의 예술적 식견이 취향으로 표현된 것만이 아니라, 소설 속 서사에까지 닿아 ‘화분’적 세계를 틔우고 있는 셈이다.

Authors

Publication Details

Journal
STUDIES IN HUMANITIES
Published
2025-12-31
DOI
https://doi.org/10.33252/sih.2025.12.87.83
Primary Topic
Japanese History and Culture
Typ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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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o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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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효석의 소설 『화분(花紛)』(人文社, 1939)은 작가 자신이 섭렵했던 동시대적인 취향의 흔적과, 그 자신이 읽어냈던 텍스트들 속 전고(典故)들이 견고하게 박혀 빛나고 있는 텍스트다. 본고에서는 이효석 소설 『화분』의 상징적 세계를 이루며 울리고 있는 서구의 예술적 기호들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br/> 우선, 이 작품에는 밀턴의 『실낙원』과 서구 신화인 ‘비너스와 아도니스’가 공존한다. 푸른집 속에서 미란과 단주는 때로는 실낙원적 세계에 지배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로마적 세계에 지배되기도 한다. 현마는 미란과 단주의 사이에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신화적 도상을 투영했지만, 결국은 그 자신이야말로 아도니스에 의해 사냥당하는 멧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간과했던 셈이다. 이는, 이효석이 갖고 있던 서구 고전에 대한 교양의 감각을 그대로 노정해준다.<br/> 아울러, 이 『화분』을 지배하는 또 다른 전고들은 두 개의 교향악, 즉 쇼팽의 ‘환상즉흥곡’과 베토벤의 ‘전원교향악’이다. 후자인 교향악 ‘전원’은 앙드레 지드의 동명의 소설을 경유해있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에서 ‘전원교향악’은 눈 먼 제르트뤼드에게 세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계기였지만, 이효석의 소설에서 ‘전원교향악’은 미란과 단주를 감정적으로 격동시키는 계기였다. 오히려 미란에게 세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음악은 쇼팽의 ‘환상즉흥곡’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화분』 속에는 서구 고전와 예술에 대한 이효석의 식견이 점점히 박혀 있고, 결국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 전고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뒤틀린다. 이들은 단지 이효석의 예술적 식견이 취향으로 표현된 것만이 아니라, 소설 속 서사에까지 닿아 ‘화분’적 세계를 틔우고 있는 셈이다.

STUDIES IN HUMANITIES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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