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Realm Spatiality of Jeju in Park Han-young’s YeongJuGiHeang(瀛洲紀行) and Sino-Korean Poetry

1920년대 기행 담론은 국토를 민족 정체성을 표상하는 맥락으로 호명해 왔다. 이 글에서는 당대 지배적 담론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둔 박한영의 「瀛洲紀⾏」과 관련 한시에 주목하여, 그가 국토를 이해하는 특질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형성되는 仙界的 장소성의 구축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br/> 박한영이 제주를 방문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瀛洲’로 표상된 한라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고, 제주 공간을 기행하고 서술하는 태도는 方外散人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기반한다. 이 두 요소는 제주를 대상화하지 않고 자신이 맞닥뜨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감각과 사유를 통해서 장소로 구성해 내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제주의 ‘仙界的 장소성’은 전통 시대의 표상과 박한영이 직접 체험한 당대 현실이 중첩되어 형성되는 이중 구조로 드러나는 바이다. 기행 전 박한영은 제주를 전통 시대부터 전승된 초월적 이상향으로서의 선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안도에서 산지포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신체적 몰입을 통해 전통적 표상으로 장소화한다. 그러나 제주에 입도한 후에는 한라산 관음사에서 개목밧과 장구목을 거쳐 백록담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체현적 감각의 적층과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며 현실적 차원에서의 선계로 장소화된다.<br/> 박한영은 그때-그곳에서의 제주를 실증적으로 경험하고 감각하며 사유함으로써 공간을 장소로 구성하는 주체적 실천을 수행한다. 그의 기행은 조선적인 것의 발견이나 관념적 표상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 경험과 내면적 사유가 중첩되는 과정에서 장소로 의미화하고 전유해 낸다. 이러한 공간 인식 방식은 1920년대 기행 담론이 민족 정체성을 표상하고 조선적인 것을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과 비판적으로 교차하며, 국토를 민족의 상징으로 동일화하는 당대 담론과는 다른 위상을 지닌다. 박한영의 위와 같은 공간 인식과 서술은 외재적 민족 담론을 반영하기보다는 자기라는 주체의 경험과 국토를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바탕으로 공간을 장소로 전환하는 실천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태도 속에서 제주는 상징이나 추상적 기호가 아닌 그때-그곳의 맥락에서 살아 있는 현실의 장소로 구체화 된다. 박한영의 이러한 주체적 실천은 식민 권력과 민족 담론이 구축한 고정된 공간 질서에 내적 균열을 가하는 사유와 실천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Authors

Publication Details

Journal
Humanities Journal
Published
2025-08-31
DOI
https://doi.org/10.37981/hjhrisu.2025.8.73.145
Primary Topic
Asian Culture and Media Studies
Typ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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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mortal Realm Spatiality of Jeju in Park Han-young’s YeongJuGiHeang(瀛洲紀行) and Sino-Korean Poetry

Hee-Joo Min
Humanities Journal
Asian Culture and Media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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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mortal Realm Spatiality of Jeju in Park Han-young’s YeongJuGiHeang(瀛洲紀行) and Sino-Korean Poetry

Hee-Joo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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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1920년대 기행 담론은 국토를 민족 정체성을 표상하는 맥락으로 호명해 왔다. 이 글에서는 당대 지배적 담론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둔 박한영의 「瀛洲紀⾏」과 관련 한시에 주목하여, 그가 국토를 이해하는 특질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형성되는 仙界的 장소성의 구축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br/> 박한영이 제주를 방문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瀛洲’로 표상된 한라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고, 제주 공간을 기행하고 서술하는 태도는 方外散人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기반한다. 이 두 요소는 제주를 대상화하지 않고 자신이 맞닥뜨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감각과 사유를 통해서 장소로 구성해 내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제주의 ‘仙界的 장소성’은 전통 시대의 표상과 박한영이 직접 체험한 당대 현실이 중첩되어 형성되는 이중 구조로 드러나는 바이다. 기행 전 박한영은 제주를 전통 시대부터 전승된 초월적 이상향으로서의 선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안도에서 산지포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신체적 몰입을 통해 전통적 표상으로 장소화한다. 그러나 제주에 입도한 후에는 한라산 관음사에서 개목밧과 장구목을 거쳐 백록담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체현적 감각의 적층과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며 현실적 차원에서의 선계로 장소화된다.<br/> 박한영은 그때-그곳에서의 제주를 실증적으로 경험하고 감각하며 사유함으로써 공간을 장소로 구성하는 주체적 실천을 수행한다. 그의 기행은 조선적인 것의 발견이나 관념적 표상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 경험과 내면적 사유가 중첩되는 과정에서 장소로 의미화하고 전유해 낸다. 이러한 공간 인식 방식은 1920년대 기행 담론이 민족 정체성을 표상하고 조선적인 것을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과 비판적으로 교차하며, 국토를 민족의 상징으로 동일화하는 당대 담론과는 다른 위상을 지닌다. 박한영의 위와 같은 공간 인식과 서술은 외재적 민족 담론을 반영하기보다는 자기라는 주체의 경험과 국토를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바탕으로 공간을 장소로 전환하는 실천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태도 속에서 제주는 상징이나 추상적 기호가 아닌 그때-그곳의 맥락에서 살아 있는 현실의 장소로 구체화 된다. 박한영의 이러한 주체적 실천은 식민 권력과 민족 담론이 구축한 고정된 공간 질서에 내적 균열을 가하는 사유와 실천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Humanities Journal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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