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iting 1938 in Son Chang-sop’s Nakseojok
등단 이래 주로 동시대 전후 한국 사회를 그렸던 손창섭은 1959년에 발표된 첫 장편소설 『낙서족』에서 1930년대 말이라는 과거로 눈을 돌린다. 이 글은 『낙서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손창섭이 이 시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탐구한 글이다. 먼저, 『낙서족』의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강력한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독립운동가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 박도현의 외경이라고 할 때, 이 아버지상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김구와 이승만 등 이질적 요소의 이상주의적 결합으로 구성된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명가 아버지가 상징하는 미분화된 이상은 민족의 단결이 가능했던 마지막 시기로서 1938년을 재현하는 동시에 주인공 도현의 미숙한 의식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그간의 연구에서 『낙서족』의 모자 관계는 부자 관계에 비해 크게 주목되지 않았지만 기실 『낙서족』 서사의 큰 틀은 아버지-무장투쟁-중국으로의 길을 좇으려 하는 박도현이 어머니-실력양성-미국으로의 길로 인도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도현이 아버지를 떠올릴 때 일어나는 혈기가 일본인 여성 등 약자에 대한 불필요한 폭력으로 이어질 뿐이었다면, 어머니 인물들은 그를 부단히 회유하고 반성하게 하면서 그의 행로를 조정한다. 어머니들이 지향하는 실력양성론은 자본과 기독교적 지반에 의해 유지되는바, 여기에는 피치(Fitch) 가문을 비롯해 당시 실제로 조선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재중 미국인 선교사들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낙서족』은 박도현을 포함한 소년들이 어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끝맺어지는데, 이로부터 이 작품의 1938년은 엄혹한 현실로 진입함에 따라 종결되는 소년기의 끝이라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년들은 조선의 희망찬 앞날을 꿈꾸며 떠나가지만, 독자들은 이들이 맞이할 암울한 미래를 손창섭의 1950년대 소설들을 통해 이미 보았다. 이들 소년은 손창섭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지극히 권태로운 인간형의 전사(前史)이며, 『낙서족』의 1938년은 손창섭의 문학이 잃어버린 채로 출발했었던 생에 대한 어리석은 의욕이 가능했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Authors
- Seohyun Yu
Publication Details
- Journal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Published
- 2025-06-30
- DOI
- https://doi.org/10.20483/jkfr.2025.06.98.95
- Primary Topic
- Asian Culture and Media Studies
- Type
- article
- Field-Weighted Citation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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