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 Man-ju’s world perception and historical-geographic imagination

이 논문은 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유만주가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지도와 지리서를 꾸준히 접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지식과 세계관의 점진적 변화를 분석하여 그의 역사지리적 상상력의 확장을 해명하고자 했다.<br/> 역사지리학과 관련해 유만주에게 최초로 영향을 끼친 책은 『산해경』(⼭海經)이다. 13세 때 처음 이 책을 접한 그는 낭독과 필사의 방식으로 여러 차례 다시 읽기를 시도했고 적극적 독후 활동으로서 「『산해경』을 읽다」라는 자작시를 썼다. 그는 『산해경』 독서의 의의를 지식의 확장에서 발견했고, ‘박학’의 차원에서 수용적 독서 태도를 견지했다. 이후 유만주는 조선의 지리와 세계지리를 교차검토하는 방식으로 세계에 대한 지식을 정교하게 다듬고 확충했다. 1777년 유만주는 중국 지리지 『광여기』(廣輿記)를 읽으며 그 말미에 등재된 조선 항목을 검토했는데, 그 내용이 부정확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중국 서적에 포괄된 주변국 관련 내용에 맹점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했다. 이런 인식은 중국본 지리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자국 지리에 대한 충실한 학습의 동기로 작용했다. 이어진 공부의 과정에서 그는 세계지리의 구도 가운데 조선이 가진 고유한 지정학적 특성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1778년 유만주는 『만보전서』(萬寶全書)라는 중국 책의 ‘산해일람’이라는 장을 읽었다. ‘산해일람’은 중국 바깥의 소수민족을 ‘나충’(臝蟲)으로 타자화하는 조야한 화이론(華夷論)을 표방하고 있었다. 여기 수렴된 ‘고려국’ 항목이 실상에 부합하지 않음을 발견한 유만주는, 지극히 중국 중심적인 이 책의 시선과 거리를 유지하며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독서를 이어나갔다. 1781년 12월 3일, 유만주는 조선의 이돈중이 저술한 『동문광고』(同文廣考)를 입수해 17일간 열띤 독서를 했다. 중국과 그 주변국, 그리고 서양 여러 나라의 역사지리와 문화를 광범위하게 다루었을 뿐 아니라 전에 접한 어느 지리서보다 내용이 상세한 이 책에 자극받은 유만주는 그 스스로 『흠영여지대일통』(欽英輿地大一統)이라는 대규모의 역사지리지를 구상하며 중국의 일방적인 기록을 따르지 않고 각국의 기록을 존중하겠다는 편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동아시아의 역사지리에 관심을 갖고 『산해경』을 읽기 시작한 13세의 유만주는 다양한 이국의 풍속을 지식의 측면에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수용적 태도는 이후 언어와 음악, 관혼상제 등 문화의 핵심 요소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며 문화역사지리를 향하는 선명한 학적 경향을 얻게 되었다. 27세의 그가 보여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시각은 근대학문으로서 문화인류학의 핵심 개념인 문화상대주의를 방불케 한다.

Authors

Publication Details

Journal
Journal of Dong-ak Language and Literature
Published
2025-06-30
DOI
https://doi.org/10.25150/dongak.2025..96.001
Primary Topic
Japanese History and Culture
Typ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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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Man-ju’s world perception and historical-geographic imagination

Hyeonjeong Kim
Journal of Dong-ak Language and Literature
Japanese History and Culture
article

Yu Man-ju’s world perception and historical-geographic imagination

Hyeonje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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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은 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유만주가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지도와 지리서를 꾸준히 접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지식과 세계관의 점진적 변화를 분석하여 그의 역사지리적 상상력의 확장을 해명하고자 했다.<br/> 역사지리학과 관련해 유만주에게 최초로 영향을 끼친 책은 『산해경』(⼭海經)이다. 13세 때 처음 이 책을 접한 그는 낭독과 필사의 방식으로 여러 차례 다시 읽기를 시도했고 적극적 독후 활동으로서 「『산해경』을 읽다」라는 자작시를 썼다. 그는 『산해경』 독서의 의의를 지식의 확장에서 발견했고, ‘박학’의 차원에서 수용적 독서 태도를 견지했다. 이후 유만주는 조선의 지리와 세계지리를 교차검토하는 방식으로 세계에 대한 지식을 정교하게 다듬고 확충했다. 1777년 유만주는 중국 지리지 『광여기』(廣輿記)를 읽으며 그 말미에 등재된 조선 항목을 검토했는데, 그 내용이 부정확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중국 서적에 포괄된 주변국 관련 내용에 맹점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했다. 이런 인식은 중국본 지리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자국 지리에 대한 충실한 학습의 동기로 작용했다. 이어진 공부의 과정에서 그는 세계지리의 구도 가운데 조선이 가진 고유한 지정학적 특성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1778년 유만주는 『만보전서』(萬寶全書)라는 중국 책의 ‘산해일람’이라는 장을 읽었다. ‘산해일람’은 중국 바깥의 소수민족을 ‘나충’(臝蟲)으로 타자화하는 조야한 화이론(華夷論)을 표방하고 있었다. 여기 수렴된 ‘고려국’ 항목이 실상에 부합하지 않음을 발견한 유만주는, 지극히 중국 중심적인 이 책의 시선과 거리를 유지하며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독서를 이어나갔다. 1781년 12월 3일, 유만주는 조선의 이돈중이 저술한 『동문광고』(同文廣考)를 입수해 17일간 열띤 독서를 했다. 중국과 그 주변국, 그리고 서양 여러 나라의 역사지리와 문화를 광범위하게 다루었을 뿐 아니라 전에 접한 어느 지리서보다 내용이 상세한 이 책에 자극받은 유만주는 그 스스로 『흠영여지대일통』(欽英輿地大一統)이라는 대규모의 역사지리지를 구상하며 중국의 일방적인 기록을 따르지 않고 각국의 기록을 존중하겠다는 편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동아시아의 역사지리에 관심을 갖고 『산해경』을 읽기 시작한 13세의 유만주는 다양한 이국의 풍속을 지식의 측면에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수용적 태도는 이후 언어와 음악, 관혼상제 등 문화의 핵심 요소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며 문화역사지리를 향하는 선명한 학적 경향을 얻게 되었다. 27세의 그가 보여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시각은 근대학문으로서 문화인류학의 핵심 개념인 문화상대주의를 방불케 한다.

Journal of Dong-ak Language and Literature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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