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rative Differences and Characteristics in the Hangul and Classical Chinese Versions of Saminpilji: With a Focus on the Depiction of Europe
본 논문은 『사민필지』 한글본과 한문본의 유럽편 서술 내용을 검토하여 양자의 서술상 차이와 특징을 고찰한 연구이다. 『사민필지』는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저술한 조선 최초의 세계지리 교과서이다. 헐버트는 이 책을 순한글로 간행하였고, 이후 의정부 편사국에서 헐버트의 한글본을 저본으로 하여 한문본을 간행하였다. 그런데 『사민필지』 한문본은 한글본을 단순히 번역한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두 책은 편찬주체가 다른 점은 물론, 그 항목과 내용상으로도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한글본의 작성 주체는 1880년대 조선정부의 근대화 정책 일환으로 세워진 학교 육영공원에 초빙된 미국인 교사 헐버트였고, 한문본의 편찬 주체는 1894년 갑오개혁 정권에 설치된 의정부 편사국 주사였던 김택영이었다. 헐버트는 서구인의 시선에서 조선 지배체제의 문제를 포착하고 육영공원 학생들에게 조선의 전통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을 공급해주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김택영은 군국기무처 시기 갑오개혁을 주도한 김홍집, 김윤식 등 시무개혁 세력의 후원을 받고 관직에 진출했다. 이들은 조선이 이룩한 문화와 체제에 대한 깊은 믿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서양인의 지식을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각각의 주체가 만들어낸 한글본과 한문본은 전반적 구성은 비슷할지라도 세부 내용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육영공원 교사 헐버트가 작성한 한글본에는 새로운 지식계층에 대한 정보와 그들이 이끌어 갈 국제 통상에 필요한 기본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갑오개혁기 의정부 주사 김택영이 편찬한 한문본에는 한글본에 담긴 새로운 세계의 정보들을 조선의 개혁관료의 관점에서 선별, 변용한 양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들에게 중요했던 정보는 유럽 지역에 대한 전통적 방식의 문화지리적 이해, 그리고 정치체제 변동의 격변기에 발맞춘 새로운 정체에 대한 지식이었다. 『사민필지』 한글본과 한문본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으며, 한글본은 지배 계급이 독점하지 않는 정보의 확장과 새로운 지식계층을 만들어내는 기반으로서 의의가 있다면, 한문본은 새로운 국제정보를 조선의 관점에서 소화하여 한문 해독이 가능한 교양을 소유한 광범위한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사회 일반적인 지식을 확장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Authors
- Bo Han (ORCID: https://orcid.org/0000-0002-5226-2163)
Publication Details
- Journal
- Cheonggyeo History
- Published
- 2025-02-28
- DOI
- https://doi.org/10.33835/cghs.29.12
- Primary Topic
- Asian Culture and Media Studies
- Type
- article
- Field-Weighted Citation Impact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