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Critical Editions of East Asian Classical Texts : Possibility of Fluid Critical Editions

신뢰할 수 있는 권위적 정본은 인문학 연구의 토대가 된다. 지난 10여년 사이 국내에서 주요 문헌에 대한 디지털 정본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글은 디지털 텍스트가 종이 매체의 모사를 넘어서 디지털 매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재조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 국내 디지털 정본을 사례 분석하고 새로운 정본 개념을 모색한다.비판정본은 특정 텍스트의 여러 전승본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하여 원본의 형태에 가장 근접하게 복원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비판장치는 비판정본의 핵심적 구성 요소로, 텍스트의 다양한 異讀과 편집상의 결정을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학술적 도구이다. 동아시아의 校讎 전통에서는 교감기가 비판장치의 역할을 수행했다.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해동고승전』과 한국고전종합데이터베이스의 『여유당전서』도 비판장치를 교감기 주석의 형태로 구현했다. 그러나 교감 내용이 주석의 문장으로 서술될 뿐 디지털 본문에 다양한 異文들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가 종이 매체를 모사하며 그 한계를 반복하는 것에 해당한다. TEI 가이드라인은 교감기에 포함된 다양한 이문 정보를 XML 형식의 본문에 체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이본의 모든 이문을 광범위하게 인코딩한 비판정본은 최종 본문뿐 아니라 전승 역사의 다양한 증거들을 동시에 구현하는 다중적 텍스트가 된다.이렇듯 디지털 매체는 다중 텍스트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정본의 편집 권한을 사용자에게 개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비판정본이 지면의 속박을 벗어나 디지털 매체로서의 유연성, 확장성, 참여 가능성을 추구할수록 고전적인 비판정본의 정체성과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된다. 비판정본은 텍스트의 유동성을 해소하여 권위적이고 단일한 최종 텍스트의 확립을 목표로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비판정본은 유동적 정본이라는 자기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그럼에도 디지털 비판정본의 장점을 적극 수용한다면 편집자(editor)로서의 연구자는 학술 활동의 총체를 지면의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된다. 비판정본의 독자는 비판정본의 생산과 수정에 학술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는 적극적 사용자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비판정본의 정착을 위해서는 통일된 인코딩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동아시아 고문헌에 맞는 디지털 비판장치를 개발하며, 안정된 물적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정불변의 단일 텍스트라는 정본의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하면, 디지털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풍부해지는 다중적 텍스트로서의 새로운 정본 개념이 구현될 수 있다.

Authors

Publication Details

Journal
Han Mun Hak Bo
Published
2024-12-31
DOI
https://doi.org/10.35496/han.51.2
Primary Topic
Chinese history and philosophy
Typ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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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Critical Editions of East Asian Classical Texts : Possibility of Fluid Critical Editions

Jaeyeol Lee
Han Mun Hak Bo
Chinese history and philosophy
article

Digital Critical Editions of East Asian Classical Texts : Possibility of Fluid Critical Editions

Jaeyeo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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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신뢰할 수 있는 권위적 정본은 인문학 연구의 토대가 된다. 지난 10여년 사이 국내에서 주요 문헌에 대한 디지털 정본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글은 디지털 텍스트가 종이 매체의 모사를 넘어서 디지털 매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재조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 국내 디지털 정본을 사례 분석하고 새로운 정본 개념을 모색한다.비판정본은 특정 텍스트의 여러 전승본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하여 원본의 형태에 가장 근접하게 복원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비판장치는 비판정본의 핵심적 구성 요소로, 텍스트의 다양한 異讀과 편집상의 결정을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학술적 도구이다. 동아시아의 校讎 전통에서는 교감기가 비판장치의 역할을 수행했다.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해동고승전』과 한국고전종합데이터베이스의 『여유당전서』도 비판장치를 교감기 주석의 형태로 구현했다. 그러나 교감 내용이 주석의 문장으로 서술될 뿐 디지털 본문에 다양한 異文들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가 종이 매체를 모사하며 그 한계를 반복하는 것에 해당한다. TEI 가이드라인은 교감기에 포함된 다양한 이문 정보를 XML 형식의 본문에 체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이본의 모든 이문을 광범위하게 인코딩한 비판정본은 최종 본문뿐 아니라 전승 역사의 다양한 증거들을 동시에 구현하는 다중적 텍스트가 된다.이렇듯 디지털 매체는 다중 텍스트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정본의 편집 권한을 사용자에게 개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비판정본이 지면의 속박을 벗어나 디지털 매체로서의 유연성, 확장성, 참여 가능성을 추구할수록 고전적인 비판정본의 정체성과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된다. 비판정본은 텍스트의 유동성을 해소하여 권위적이고 단일한 최종 텍스트의 확립을 목표로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비판정본은 유동적 정본이라는 자기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그럼에도 디지털 비판정본의 장점을 적극 수용한다면 편집자(editor)로서의 연구자는 학술 활동의 총체를 지면의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된다. 비판정본의 독자는 비판정본의 생산과 수정에 학술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는 적극적 사용자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비판정본의 정착을 위해서는 통일된 인코딩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동아시아 고문헌에 맞는 디지털 비판장치를 개발하며, 안정된 물적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정불변의 단일 텍스트라는 정본의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하면, 디지털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풍부해지는 다중적 텍스트로서의 새로운 정본 개념이 구현될 수 있다.

Han Mun Hak Bo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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