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ritical Study of Lee Hochul’s Unification Discourses in the 1990s -Focusing on the “Unification Thought of Han-Salnim”-

이 글은 1990년대 이호철이 전개한 일련의 통일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호철은 국내외의 정세와 그에 따른 각종 사회문화․사상 추이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문학적․지적 위치를 끊임없이 조정해왔다. 1990년대 이후의 ‘통일론’도 마찬가지다. 탈냉전기 이호철의 통일론에는 당사자성에 기반한 창작의 연장선상 정도로 논의되고 치부될 수 없는, 당시 동북아시아 현재와 미래 지평과 관련된 사상적 맥락이 담겨 있다. 그것은 한반도의 통일을 내셔널리즘이나 민족국가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당시 세계사적 보편성의 맥락에서 ‘실용적인’ 통일방안을 추구했다는 의의가 있다.<br/> 그러나 이 시기 이호철의 통일론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소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 경제우위의 역내 통합 명목으로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가자’라는 발상이 실은 ‘민주화 없는 경제성장’ 담론을 추수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논의를 전적으로 추인한 결과이다. 일본이라는 민족경제의 ‘위기’를 유럽연합을 참조하여, 역내 경제통합으로 돌파하려는 모리시마의 기획은 서구 열강이라는 단일 보편성을 기준으로 민족국가 단위의 결정권을 절대적인 명제로 삼는다.<br/> 「한살림 통일론」을 비롯한 이호철의 탈냉전기 통일론은 한국과 양안삼지(兩岸三地)상황에 이를 다소 섣불리 대입한다. 그리하여 당시에도 국민국가 내부와 사이(특히 홍콩과 대만)에 분명히 존재했던 국가 단위의 결정권을 초과하는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는 인식이 되고 만다. 이호철이 냉전 질서를 넘어선 ‘프래그머티즘’이나 「한살림 통일론」에 이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주요 참여자였다는 이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이는 특히 문제적이다. 탈냉전기 이호철의 통일론은 자신이 몸담기도 했던 민주화를 역내 보편적인 문제에서 소거하여 경제 이슈의 종속변수로 위치시켜, 지역에 상존해온 민주화 요구를 총체적으로 비가시화한다. 21세기부터 본격화된 동아시아의 ‘민주화’를 마주할 수 없다는 시대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Authors

Publication Details

Journal
The Studies of Korean Literature
Published
2024-10-31
DOI
https://doi.org/10.20864/skl.2024.10.84.327
Primary Topic
Korean Peninsula Historical and Political Studies
Typ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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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itical Study of Lee Hochul’s Unification Discourses in the 1990s -Focusing on the “Unification Thought of Han-Salnim”-

Jaemin Yoon
The Studies of Korean Literature
Korean Peninsula Historical and Political Studies
article

A Critical Study of Lee Hochul’s Unification Discourses in the 1990s -Focusing on the “Unification Thought of Han-Salnim”-

Jaemin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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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1990년대 이호철이 전개한 일련의 통일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호철은 국내외의 정세와 그에 따른 각종 사회문화․사상 추이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문학적․지적 위치를 끊임없이 조정해왔다. 1990년대 이후의 ‘통일론’도 마찬가지다. 탈냉전기 이호철의 통일론에는 당사자성에 기반한 창작의 연장선상 정도로 논의되고 치부될 수 없는, 당시 동북아시아 현재와 미래 지평과 관련된 사상적 맥락이 담겨 있다. 그것은 한반도의 통일을 내셔널리즘이나 민족국가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당시 세계사적 보편성의 맥락에서 ‘실용적인’ 통일방안을 추구했다는 의의가 있다.<br/> 그러나 이 시기 이호철의 통일론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소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 경제우위의 역내 통합 명목으로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가자’라는 발상이 실은 ‘민주화 없는 경제성장’ 담론을 추수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논의를 전적으로 추인한 결과이다. 일본이라는 민족경제의 ‘위기’를 유럽연합을 참조하여, 역내 경제통합으로 돌파하려는 모리시마의 기획은 서구 열강이라는 단일 보편성을 기준으로 민족국가 단위의 결정권을 절대적인 명제로 삼는다.<br/> 「한살림 통일론」을 비롯한 이호철의 탈냉전기 통일론은 한국과 양안삼지(兩岸三地)상황에 이를 다소 섣불리 대입한다. 그리하여 당시에도 국민국가 내부와 사이(특히 홍콩과 대만)에 분명히 존재했던 국가 단위의 결정권을 초과하는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는 인식이 되고 만다. 이호철이 냉전 질서를 넘어선 ‘프래그머티즘’이나 「한살림 통일론」에 이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주요 참여자였다는 이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이는 특히 문제적이다. 탈냉전기 이호철의 통일론은 자신이 몸담기도 했던 민주화를 역내 보편적인 문제에서 소거하여 경제 이슈의 종속변수로 위치시켜, 지역에 상존해온 민주화 요구를 총체적으로 비가시화한다. 21세기부터 본격화된 동아시아의 ‘민주화’를 마주할 수 없다는 시대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The Studies of Korean Literature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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